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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사랑에 관한 이야기 하나-브로큰 잉글리쉬

  • 박소희
  • 조회 : 9533
  • 등록일 : 2009-12-08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지만, 한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 이러다가 아빠가 정해준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 아냐?"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을 한 지 얼마 안 되서 나는 연애란 걸 시작하게 됐다. 그 이전까지 별 일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래도 연애를 해야 하는데…"라는 일종의 연애강박증에 약하게나마 사로잡혀 있던 듯싶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연애를 하고 싶다,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건 역시 가장 외로웠을 때였다. 그때엔 굉장히 겁이 났다. 과연 나도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하는 그런 "우주적인 이벤트"를 나도 경험할 수 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마다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미 춥고 황폐해진 마음에 한 번씩 휑한 바람이 불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몇 년 전 가을 "브로큰 잉글리쉬"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건 마치 예전의 내 모습 같았다. 외로워, 하지만 그 외로움을 드러내고 싶진 않아. 사랑받고 싶어, 하지만 그 마음을 들키고 싶진 않아. 그렇게 몇 번을 되 뇌였던 그때 그 감정이 떠올랐다. 주인공 노라의 모습에서 나는 그때의 내 모습이 문득문득 스쳐 지나감을 느꼈다.
 


 
뉴욕의 작은 호텔에서 일하는 30대 여성 노라는 사랑받고 싶지만 다시 그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을까 두려워하는 여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줄리앙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즐겁고, 뜨거웠던 날들을 보낸 후 둘은 이별을 맞이한다. 줄리앙은 그녀에게 같이 떠나자고 한다, 지금처럼 무의미한 나날들을 살아가기 보다는 자신과 함께 다시 시작해보자고. 하지만 두려웠던 그녀는 그렇게 그를 떠나보낸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노라는 용기를 내어 줄리앙을 찾으러 파리로 떠난다. 하지만 그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잃어버린 후 노라는 이제 그를 찾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파리에 있는 그 자체를 즐기고자 한다. 전시회에 가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근사한 바에서 중후한 신사의 술 한 잔도 얻어먹으면서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녀가 줄리앙과 재회하는 지에 상관없이, 나는 그녀가 진심으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사랑을 말하는 순간, 가장 두려워했고 가장 흔들렸으며 가장 공허했던 그녀의 상처받은 마음이 보였기에, 그리고 어렴풋이 그 속에서도 예전의 나를 보았기에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행복해지길 빌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그리고 인연이 중요하단 생각이 커진다. 그것이 가족이든 친구든, 혹은 연인이든 간에 모두가 귀한 사람들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그렇게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일은, 그리고 그와 교감하는 일은 정말 우주적인 이벤트일 수밖에 없다. 서로에게 위안을 얻고 위안을 주고…참 고마운 일이다. 아마 그래서 인류의 가장 큰 미덕이 "사랑"인가보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뜨겁게, 아낌없이 그렇게 사랑하자.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귀하디귀한 존재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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