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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한국판 오이디푸스, 올드보이
- 선희연
- 조회 : 9724
- 등록일 : 2009-12-02
한국판 오이디푸스, 올드보이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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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부시절, 유독 연극영화에 대한 교양수업은 쫓아 다니며 들었다. 같은 수업은 두 번들을 수 없다는 방침 때문에 청강도 여러 번. 왠지 그런 수업을 듣고 있으면, 내가 금방이라도 영화감독이 될 것만 같았다. 물론, 그땐 영화감독의 길이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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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업 내용이 거의 가물가물 한데, 한가지 인상 깊던 내용이 있다. ‘비극은 운명을 거스르려 할 때 나타난다’고 했던가. 아마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예로 들면서 수업했을 때였던 것 같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운명’이었던, 그러나 그것을 거스르려 했던 오이디푸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비극의 원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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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근친의 운명, 그리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낳는 비극이라… 아! 생각나는 영화가 하나 있다.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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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뒀느냐가 아니라 왜 풀어줬냐 라구요! <o:p></o:p>
자꾸 틀린 질문을 하니까 틀린 답이 나오지 이 아저씨야.”<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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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에게 스핑크스가 묻는다. “아침엔 발이 네 개, 점심엔 두 개, 저녁엔 세 개인 것은?” 인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그는 정작 자신의 죄는 보지 못했다. 아니 인정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식스센스’의 한 장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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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15년 동안 감금됐던 것에 대한(혹은 군만두만 시켜줬던 것 때문일지도) 복수에만 집착하는 오대수는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다른 질문에 접어든다. 왜 감금되었을까…………가 아니라 왜 풀어줬을까. 이우진은 친절하게도 그가 간과했던 왜 ‘풀어’줬느냐에 대한 질문에 적절히 무게를 실어주며 사고방식을 전환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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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룡’이라는 중국집을 찾는 오대수가 계속해서 ‘자’라를 빼놓고 ‘청룡’으로 찾는 것처럼, 자신의 잘못으로 생긴 비극의 시작은 보지 못한 채 이우진을 향한 복수에만 매달렸던 그였다. 아, 개그프로에 나오던 닥터피쉬가 했던 대사가 생각난다. “네 잘못이나 먼저 보고 말해, 이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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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든 모래알이든
어차피 물 속에 가라앉는건 마찬가지에요."
보지 못했던 자기 자신의 죄를 마주한 오대수는 오이디푸스가 진실을 보고 눈을 찌른 것처럼 죄의 원인이었던 혀를 잘라버리고 만다. 이우진에 대한 복수로 운명을 거스르려 했지만 그것이 모두를 파멸로 이끄는 비극이 되어버린 순간이다. 들어서면 안 되는, 그리고 들어선 순간 거스를 수 없는 가혹한 오대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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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면 오대수와 이우진은 거울 같다.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이고, 둘 다 ‘원래 의도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니까. 오대수가 이우진에게 복수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과정 자체가 이우진의 복수가 되고, 이우진 역시 복수 하려고 했지만 자신에게 복수한 꼴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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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비극이 될 운명을 해피엔딩으로 바꾸려는 ‘의도’였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극적인 ‘결과’를 낳았던 것은 아닐까. 카메라로 누나와 자신의 행복을 찍으려던 이우진은 그 카메라로 누나와 자신의 비극을 찍었고, 오대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던 미도는 그를 더없이 불행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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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순진무구한 존재’는 행복할 수는 있지만 진실을 모르기 때문에 불행 할 수도 있고, ‘몬스터’는 불행하지만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행복할 수도 있다. 마지막 오대수가 최면으로까지 지우고 싶었던 것은 순진무구한 존재였을까 몬스터였을까, 자신의 삶을 몰락시킬 진실이었을까, 비극의 운명 자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