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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 이수경
- 조회 : 10067
- 등록일 : 2009-11-28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은 생전 유명한 말을 남겼다. “We"re more popular than Jesus now. I don"t know which will go first - rock "n" roll or Christianity.” 해석하자면, ‘지금 우리는 예수보다도 더 인기가 있다. 로큰롤이 더 먼저인지 기독교가 더 먼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란 뜻이다. 1960~70년대, 베트남전과 평화에 대한 열망이 엇갈리고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충돌하며 68혁명의 바람이 불었던 그 때. 사람들은 그의 말처럼 로큰롤에 기대어 고통스러운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희망을 노래했다.
30년이 훌쩍 넘은 2009년의 대한민국도 격동의 순간들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기댈 곳은 어딜까. 여기, 골치 아픈 현실을 잊고 로큰롤에 몸을 맡겨 보자고 외치는 영화가 있다.
“이 빌어먹을 세상엔 로큰롤 스타가 필요하다”
까만 배경에 등장하는 자막 한 줄. 이 거창한 한마디로 이른바 ‘막장 다큐멘터리’가 시작된다. 인디밴드 ‘타바코쥬스’의 드러머 백승화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인천 부평구 모텔촌에 위치한 라이브클럽 ‘루비살롱’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루비살롱 레코드 대표를 맡고 있는 이규영(43) 사장이 이 클럽을 연 것은 2006년. 인천은 1990년대 초, 100여 팀의 인디밴드들이 둥지를 틀며 한때 메탈의 도시라고도 불렸다. 이 사장은 그런 인천에서 태어나 록밴드를 했고, 영화에서 말하듯 ‘가정이 생기는 바람에’ 이 클럽과 인디레이블을 시작하게 됐다. 영화는 현란한 모텔 간판 가운데서 떡하니 자리 잡은, 뜬금없는 ‘루비살롱’이 소위 ‘뜨는’ 모습을 담고 있다. 중심으로 등장하는 주인공격 밴드는 두 팀이다. 바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타바코쥬스’. 쉽게 말하자면 1등과 꼴등의 비교다.
▲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주현이 박종현을 무등태운 채 연주를 하고 있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는, 이미 홍대에서 ‘라이브를 보지 않고 그들을 논하지 말라’고 정평이 나 있다. 소위 ‘개러지 록’이라고 불리는, 강렬하고 거친 펑키 사운드가 그들 음악의 매력이다. 그들은 무대에서 자신을 잃는다.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이주현’은 무대에서 눕거나 뛰어내려 관객들과 함께 음악에 몸을 맡긴다. 드러머 ‘김희권’도, 기타와 보컬을 맡은 ‘박종현’도 무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에 스스로 ‘발화’한다. 비록 대형 록 페스티벌에서 작은 서브무대 공연일지라도.
최선을 다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라는 윤도현의 말과 함께 그들은 지상파 방송에서도 ‘우주의 로큰롤’을 선사하고, 결국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록 음반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다. 백승화 감독은 이러한 그들의 에너지를 화면 속에 잘 담아냈다. 2분가량 이어지는 그들의 단독 공연 장면은 관객으로 하여금, 공연장에서 함께 뛰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 타바코 쥬스. 보너스 트랙 녹음차 방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
이에 반해 타바코쥬스를 보노라면,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보컬 ‘권기욱’과 기타 ‘권영욱’ 형제가 주축이 된 이 밴드의 주된 화제는 술, 싸움, 게으름이다. 술을 먹다 공연을 펑크내는가 하면, 다툼으로 인해 보컬 없이 공연이 이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잠시 ‘방황’을 끝내고 돌아오는 권기욱의 각서 쓰는 모습은, 나이가 무색할만큼 철없는 꼬마의 모습이다. 예고편으로 누리꾼들 사이에서 ‘아마 우린 안 될 거야’ 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그. 본인도 자신의 나태함을 알고 있다. 만화 ‘나루토’를 보며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우린 열심히 안하니까 안 될 거라는 그의 말에 피식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앨범을 만들고, 첫 발매기념 공연날 눈물을 쏟으며 관객들에게 절을 하는 그의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그야말로 좁고 지저분한 자취방 안에서 멤버가 모여 실로폰과 통기타로 보너스 트랙을 녹음하는 그들. 불콰한 얼굴로 달달한 사랑을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행복이 보인다. ‘앞으로 또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지만, 음악은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은 결코 꼴찌가 아니다.
루비살롱 합동 공연으로 끝을 맺는 영화는, 무대에 선 뮤지션이 아니라 음악으로 행복해 하는 개인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공연장에서 뛰는 관객들과 무대에서 구르는 그들은 결국, 로큰롤에 뛰어들어 행복과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규영 사장은 ‘인천 부평 모텔촌 사이에 아무도 모르는 이곳이 나중에는 우리나라 음악계를 주름잡을 그날이 올 때까지’ 로큰롤을 세상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이미 루비살롱은 인디 신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레이블로 손꼽힌 지 오래다. 위의 두 밴드는 물론이며 "검정치마", "문샤이너스", "국카스텐" 등 이름만 들어도 인디 신에서 손꼽히는 뮤지션으로 알려진 밴드들이 루비살롱을 대표하고 있다. 이 영화도 올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수상했고, 현재 서울 독립영화제에 진출했다. 또한 영화 배급사와 정식 계약을 맺어 내년 봄쯤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영화에 등장하는 자막 그대로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현실의 벽으로 좌절하는 2, 30대라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꿈을 꾸지만 느리게 걷는 이들의 모습은 신선한 웃음과 가슴 찡한 울림이 될 것이다. 삶이 고되고, 되는 일이 없어 힘들 때 잠시나마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단, 조건이 있다.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