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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영화 <호우시절>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김아연
- 김아연
- 조회 : 10017
- 등록일 : 2009-10-15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好雨時節).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다섯 번째 멜로영화 <호우시절 >로 가을비처럼 다가왔다.
동하(정우성)는 2박 3일간 출장으로 가게 된 중국 청두에서 놓쳐버린 사랑인 메이(고원원)를 우연히 만난다. 서로는 사랑했지만 다른 시간의 정점에서 사랑했다. 유학시절 동하는 메이를 좋아했지만, 그녀에겐 다른 사람이 있다고 오해했다. 한편 메이는 놓쳐버린 동하를 붙잡으려 엽서를 보내지만, 그때 동하에겐 이미 다른 사랑이 있었다.
유학시절을 회상하는 둘의 기억이 다른 것은 그간의 엇갈림을 극대화한다. 동하가 메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준 일이나 첫 키스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에게 다른 기억이다. 둘의 관계에 대한 기억의 차이로 안타까움이 부풀 무렵, 그렇게 귀국의 날짜는 다가온다.
"나, 하루만 더 있다가 갈까?"
동하와 메이의 만남과 헤어짐 위에서 두보의 시 ‘춘야희우’는 우리에게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서로 다른 시‧ 공간에서 다른 언어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그들이 같은 시간대에 서서 같은 언어와, 같은 감정으로 사랑하게 되는 2박3일의 찰나의 시간은 하늘의 선물이다. 그들은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하는 두 직선처럼 스쳐지나갈 뿐이다. 영화는 바로 두 남녀의 찰나의 순간인, ‘호우시절’에 주목한다.
"호우시절"은 2시간의 시간여행을 통해 일상에 묻혀버린 감정을 회생시킨다. 누구나 저마다가진 놓쳐버린 슬픈사랑이, 전두엽의 기억저장고에서 가슴으로 옮겨와 천천히 비와 함께 내린다.
/ 김아연 기자
*가을날의뽀너스
춘야희우 (春夜喜雨) /두보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수풍잡입야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야경운구흑
江船火獨明 강선화독명
曉看紅濕處 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단비는 시절을 아니
봄을 맞아 내리니 만물을 소생케 하네
바람 타고 밤에 몰래 내리니
소리 없이 촉촉이 모두 적시네.
들길도 구름도 모두 어두운 밤
강가 배만이 홀로 불밝혔네
새벽녘 붉게 젖은 곳 보노라면
금관성에 꽃들 활짝 피었으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