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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지도에도 없는 집, 8평으로 이사갔어요”
- 손경호
- 조회 : 11509
- 등록일 : 200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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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도 없는 집, 8평으로 이사갔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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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기태 기자 달동네에서 한달] 서울 상계동 양지마을 수도사골목 다섯째 집 첫날 수도관 터지고 걸레 빨기만 10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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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기자 이정아 기자 |
지난 11월18일 오후 이삿짐을 옮겼습니다. 너비 2m 남짓한 골목길 중간중간을 항아리며 가스통 따위가 차지하고 있어 길 폭이 반으로 좁아지기도 합니다. 짐보따리를 들고 골목길을 20여m 지나 녹슨 철문 앞에 다다릅니다. 철문을 열면 신발을 놓는 사각형 공간이 나오고, 20㎝가 넘는 턱 위로 약 세 평짜리 주방 겸 마루가 나옵니다.(턱치고는 높은 편인데, 그 까닭은 뒤늦게 알았습니다.) 바닥이 고르지 않아 어느 지점에서는 발이 불안하게 조금씩 밑으로 빠집니다. 오른쪽에 싱크대, 왼쪽에 화장실 문이 있고, 정면에 두 개의 철제 여닫이·미닫이문이 있는데, 모두 같은 방으로 연결됩니다. 너비 2m, 길이 의 널따란 방입니다. 하지만 방에 난 창문은 가로 60㎝, 세로 40㎝ 가량의 조막창뿐입니다. 이 동네 미라보부동산 윤명중 사장은 “난방비를 아끼려고 창을 작게 내 쓴다”고 설명합니다. 언젠가 이 방에서는 서울 도심 재개발에 밀려난 어떤 가족이 숙식을 해결했겠지요. 몇 식구나 이곳에 머물렀을까 잠시 상상해 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웃고 떠들고, 그러다 다가오는 겨울을 생각하며 시름에 잠겼을까요.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한번 훔치자, 걸레가 시커멓게 변합니다. 끙끙거리면서 바닥을 닦는데, 이웃 할머니가 오셔서 석유와 가스는 어떻게 쓰는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맞다, 보일러! 텅빈 보일러에 붙은 스티커로 눈이 갑니다. 951-××××. 광익석유 한창열(42) 부장이 석유트럭을 몰고 왔습니다. 8만2500원에 석유 반 드럼을 받았습니다. 한 부장은 “요즘은 이곳보다 사정이 좋은 중계본동에서도 연탄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습니다. 기름값이 오르면서 이제 연탄이 더 싸게 먹히기 때문이죠. 이 동네 사람들도 연탄 보일러로 바꾸고 싶은데, 보일러 살 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석유를 쓴답니다. 아이러니죠. 그래서 어지간히 춥지 않으면 보일러를 틀지 않는답니다. 청소를 하다가 또 일이 터졌습니다. 좌변기 옆으로 난 수도관이 새어, 물이 콸콸 뿜어져 나옵니다. 녹이 슬다 못해 구릿빛이 된 관이 수압을 견디지 못한 거죠. 계량기를 찾아 수돗물을 막아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습니다. 계량기가 어디에 있는 걸까요. 도대체 있긴 한 걸까요?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주인은 집 안엔 들어와본 적도 없다네요. 마침 지나던 아주머니가 답을 주십니다. “119로 전화해서 지역 수도사업소에 연락해요.” 하지만 수도사업소에서는 집 안의 배관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랍니다. 난감하더군요. 급히 동네 ‘성진건재’에 전화했더니, 사장님은 출장을 나갔답니다. | ||||||||||||||

김기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