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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대학생 등록금 문제)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

  • 강성명
  • 조회 : 10826
  • 등록일 : 2009-06-27
중학생 때 홍정욱 씨가 쓴 책 <7막 7장>을 읽으며 하버드 대학을 동경했다. 수재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러나 한해 몇 천만 원씩 한다는 학비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교육을 받으려면 그만큼 값을 치러야 할 거라는 생각에 유학의 꿈을 접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대학에서‘반값 등록금’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큰 고통을 받는 중산층과 서민 가정을 돕기 위해 연소득 18만 달러 이하인 학부생들의 등록금을 대폭 깎아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해마다 치솟는 대학 등록금으로 아무리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어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대생들이 삭발까지 하며‘등록금 부담 완화’를 눈물로 호소했지만 정부도, 대학들도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대학 등록금 천만원 시대.’ 이 말 속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병폐가 녹아있다. 학벌지상주의, 고용 대란, 사회 양극화 등등. 고교생의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지만, 대학 졸업생의 절반도 취업을 못하는 나라에서 엄청난 등록금은 서민들의 가정 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고용한파 속에서도 대학 등록금 자율화 등으로 학비 부담이 계속 늘어왔다는 것은 분명 정책 실패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통계를 보면, 이 기간 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2.9%인 반면, 사립대학 등록금은 약 2배인 6.2% 가량 올랐다. 국공립 대학의 경우  8.9%로 3배가 넘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는 것은 전쟁을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 많은 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 공부를 제쳐두고 2, 3개의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래도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 휴학을 하거나 아예 군대를 빨리 가는 이들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대학 등록금에 대해“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할 정도다. 비싼 등록금은 가난한 이들의 교육 기회를 뺏는다. 좋은 교육을 받아야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저소득층 자녀들은 지금과 같은 지식 사회에서 행복을 추구할 기본적인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젊은이가 꿈을 잃은 사회에 미래가 있겠는가?


호주와 영국의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빌려 주고,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면 갚을 수 있도록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주요 대학들은 올 가을부터 가정 소득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내는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덴마크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아예 수업료가 없다. 이들 나라가 꼭 선진국이라서 이런 정책을 펼치는 것일까?  그것보다‘교육’에 대한 철학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는 교육을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과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힌다. 여기서 복지는 단순히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한 장기 투자의 성격이다. 우리나라는 천연 자원이 부족한 대신 뛰어난 인재가 국가 발전의 동력이 돼 왔다. 때문에 오히려 다른 나라들보다 교육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세워 젊은층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약 4조원의 예산조차 다수 의원들이 반대해 결국 입법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반면 정부가 기업들의 법인세를 깎아줘 약 7조원의 재정 수입이 줄게 됐다. 이 액수면 등록금을 반값으로 내리는 것은 물론, 저소득층에게 많은 학자금을 지원 해 줄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대학에서 훌륭한 인재를 잘 키워내야 한다. 그렇다면 법인세를 조금 더 높여서라도 교육 재정을 강화하고, 가난한 대학생들을 지원해 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투자가 아닐까? ‘인재 계발, 기업 성장, 국가 발전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정치권의 현명한 선택이 절실하다. 수많은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면, 세계적 차원의 ‘인재 전쟁’에서 우리는 질 수밖에 없다.

“낙망(落望)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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