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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기획] 대학을 졸업해도...깊어지는 양극화의 그늘
- 새론
- 조회 : 10746
- 등록일 : 2009-06-01
취재보도실습_ 기획기사 2009/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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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해도... ‘깊어지는 양극화의 그늘’
서울 D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수진(22,여)씨의 하루는 학교 홈페이지 아르바이트 공고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과외를 구하고 싶지만 워낙 신청자가 많아 쉽지가 않다. 현재 수진 씨는 수업을 마친 후 매일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5시간을 앉을 새도 없이 일한 뒤에 받는 임금은 하루 2만원. 그래도 수진 씨는 “내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말한다. 그는 “지방 대학교에 다니는 동생은 입학 후 첫 학기만 겨우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기 전에 취직해서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 해 초 명문대를 졸업하고 유학길에 오른 이서윤(23,여)씨는 대학 시절 등록금을 내어 본 적이 없다. 수출입은행에 간부급으로 재직 중인 아버지 덕분에 등록금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 받은 이 씨는 어학연수를 비롯하여 방학마다 견문을 넓히기 위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대학 생활에 충실하기 위해 주로 책을 읽거나 외국어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졸업식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 씨는 한 번도 휴학하지 않고 전 학기에 걸쳐 평균 A학점을 받아 수차례 성적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해마다 치솟는 대학 등록금 탓에 대학 내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형편이 나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나 휴학 걱정 없이 공부만 하다 보니 학점도 좋고 졸업 후 더 좋은 직장을 가게 되는 반면, 어려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에 치중하느라 학과 공부에 소홀하기 쉽다.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닌 생업수단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에게 성적 장학금 수혜는 먼 얘기다. 취업준비가 오래 걸리는 좋은 직장은 애초에 포기하고 쉽게 취직할 수 있는 임금이 낮은 직장을 찾게 된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 사이에도 양극화가 존재한다. 명문대에 재학 중이거나 부유층 이웃이 많은 경우 과외나 학원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정보가 부족한 탓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지방 출신의 ‘서울 유학생’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이유다.
압구정동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성현우(26,남)씨는 이웃에서 과외 제의를 심심치 않게 받는다. 부모 간에 친분이 있는 가정들에서다. 공무원인 아버지 덕분에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지 씨는 등록금은 무이자 대출로 해결하고, 과외로 번 돈은 해외 연수비로 사용하기 위해 저축하고 있다. 서울 국립 S대 법학과에 다니는 지 씨의 친구 김창운(26,남)씨는 2남 1녀 중 첫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실질적인 가장이 된 지 씨는 사법고시생이었지만, 동시에 대치동 학원가에서 고액을 받는 논술 강사로 일했다. 그는 “일하느라 작년에서야 사법고시에 합격해 연수원에 입소했지만 만족한다”고 말한다. 다만 “변호사 개업할 돈이 없기 때문에 연수원에서 잘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2008년 3월에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5.8%는 빈부격차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유학이나 과외 등 비싼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68.8%)"를 가장 많이 꼽았고, "아르바이트 등 시간을 뺏기지 않아 취업에 집중할 여유가 많아서(56.8%)"등이었다.
최새론 기자 sharona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