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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아이들아 세상이 험해도 대통하삐처럼만 자라다오
- 손경호
- 조회 : 10506
- 등록일 : 2009-05-29
아이들아 세상이 험해도 ‘대통하삐’처럼만 자라다오
영제정밀, 수빈철강, 스틸 플라워. 논과 밭이 펼쳐진 전원 풍경의 한쪽에는 공장들이 늦은 저녁까지 기계소리를 내고 있었다. 논 한가운데 높이 솟아있는 기중기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의 묘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봉하마을로 가는 길은 굉음과 고요함이 교차했다.
26일 8시, 조문객들은 헌화하고 잠시 묵념하고는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인근 노인복지관에서 온 나윤희(74)씨는 “식사 하실 분은 오른쪽, 나가실 분은 왼쪽”이라 외치며 첫날처럼 하던 일을 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 무릎정도 밖에 키가 되지 않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7~8살 정도 아이들과 함께 온 김동중(47, 김해 상계동)씨는 “권위 없이 서민들을 생각해주는 대통령이었죠. 조금 모자라지만 진실 된 마음을 갖고 살았잖아요. 마음은 따뜻한데 표현을 잘못하니까...”라며 고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왜 아이들을 이곳까지 데리고 왔냐는 물음에 그는 “권위적인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아서요. 언제든지 아이들과 허물없이 얘기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거든요”라고 말했다.
두 아들과 함께 온 하유식(42, 부산 장정동)씨는 같은 물음에 “저는 정치에 별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역대정권 중에는 거칠어도 도덕적이고 서민적이었잖아요. 우리 얘들도 정직하고 인간적이고 도덕적인 서민으로 자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노사모가 마련한 분향소에는 부산 인지초등학교 5학년 7반 아이들이 보내 온 편지가 벽에 붙어있었다. “왜 돌아가셨습니까, 노무현대통령 할아버지 최고” 등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본받고 싶은 할아버지로 고인을 표현했다.
강숙희, 이두이씨 가족
권영심씨 가족
유모차를 끌고 온 권영심(30)씨는 “심지어 몇몇 어린이집은 전 대통령의 서거로 예정된 견학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권씨는 “우리 아이가 예전에 여기 왔을 때 ‘대통하삐~’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렀거든요. 진짜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신 것 같아서 아이들 데리고 왔어요”라고 했다.
아이들과 부모들이 기억하는 노무현은 봉하마을의 할아버지이자 어르신이었다. 노사모 분향소 옆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야, 저 애기 잘생겼다”라며 웃는 모습이 비춰졌다. 이를 보던 조문객들의 얼굴에는 웃음 반, 울음 반이 섞여 있다. 밤 11시 반,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조문객은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자랐을 때 이곳은 어떤 배움터로 기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