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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조문길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들

  • 이애라
  • 조회 : 10661
  • 등록일 : 2009-05-28

조문길을 따뜻하게 하는 사람들


 
이윽고 밤이었다. 여느 시골 마을과 별다를 것 없이 이 곳 봉하마을에도 띄엄띄엄 가로등이 켜져 있을 뿐 곳곳에 어두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 길가에는 고인의 넋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하나둘 세워놓은 촛불들이, 조문객들의 길을 밝혀주고 있다.
저녁 7시 38분. 셔틀버스 간이정류장
“좀 걸어가셔야 합니다. 시원한 물 받아가세요!”라고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향해 외친다. 장의위원회가 나눠주는 물 한 병을 손에 들면 본격적으로 조문행렬이 시작된다.
 
 
 
▲ 김해 봉하마을 내 소방응급의료센터 ⓒ 김아연
 
 
저녁 8시 38분 소방응급의료센터
김해소방서와 세영병원이 설치한 소방응급의료센터에 있는 류정호 소방교(38, 김해소방서 상동 119안전센터)는 “(조문)첫날, 둘째 날은 실신하는 사람들이 대여섯 명씩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사람은 없어요”라고 말한다. 서거 직후에 비해 조문객들도 안정돼, 응급환자는 많이 줄었다. 류 소방교는 “이제는 실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긴 조문길에 오르다보니 딱딱한 구두에 발뒤꿈치가 까진 여성들이 밴드를 찾으러 많이 와요”라고 귀띔한다.
 
 
▲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인 주경략(37, 동부고속) 씨 ⓒ 김아연
 
 
밤 9시 20분 조문객용 셔틀버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무료로 운행되고 있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얼핏 보기에 시내버스처럼 보이는 버스는 ‘진영공설운동장’이란 글씨로 버스번호가 가려져 있다. 버스기사인 주경략(37, 동부고속) 씨는 하루 종일 ‘진영공설운동장’과 봉하마을 입구를 반복 운행하며 조문객들을 실어 날랐다. 주 씨는 “원래는 2번 버스인데, 13대 중 1대는 이렇게 조문길을 돕고 있다”며 “운행 마치고 집에 가면 11시 넘겠죠 뭐”라고 대답한다. 주 씨는 슬픔과 피로로 지친 채 버스에 오르는 조문객들을 넉넉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밤 10시 15분 교통정리 중인 전경
“저는 창원에서 왔어예.” 스무 살이 갓 넘어 보이는 전경은 오전 8시부터 근무 중이다. 김해뿐만 아니라 마산, 창원 등지에서 전경들은 파견돼왔다. 원래 저녁 8시에 교대할 예정이었으나, 다음 근무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교대시간 지났는데…, 잘 모르겠네예. 원래 이런데 나오면 그래예. 허허허”하고 대답하는 앳된 전경의 표정이 멋쩍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조문객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 발목이 퉁퉁 붓도록 종일 서서 길을 안내해주는 전경, 환자발생을 대비하고 있는 응급의료센터, 그리고 “밤새 혼자 있기 쓸쓸하지만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동통신사 이동기지국 기사까지….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에 따뜻한 촛불을 켜주고 있었다.
 
 

공동취재=이애라, 김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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